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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

불안한 청년 취준생의 끄적임.

2016. 5. 16.

이번 달에 실업률이 역대 최고라고 한다. 참 씁쓸한 현실이다. 기사 댓글들을 보면, 어른들은 요즘 애들은 힘들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눈만 높다라는 쪽과, 중소기업을 들어가면 고달픈 미래가 뻔히 보이기 때문에 누가 가냐는 쪽으로 나뉘는 것같다.



직접 취업준비를 하고있는 불안한 청년이 바로 나인데.. 솔직히 계속 되는 광탈로 정신적으로 힘이 든다. 하지만 친구들과 이런 얘기를 나누기에는 너무 진상같아보이고 모인 자리에서 '나 힘들어'란 소릴 하는 것은 분위기만 다운되고 별로 좋지 않은 것아서 여기에다가 담담이 적어보려고한다.

■요즘 청년들 힘들일은 안하려고 하는 걸까?

모든 얘기에 일반화의 오류가 들어가서는 안되겠지만, 힘든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적다는 말엔 많이 동의하실 것이다. 물론 편하고 좋은 직장을 대부분 갖고 싶어한다. 하지만 청년들이 인내심이 없고 힘든 일이라 안 간다는 말은 소수의 사람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내 주변 사람들의 얘기라 역시 일반화 하시는 조심스럽지만.. 직장에서 짤려서 지금 노가다라도 뛰면서 기술배우는 친구도 있고, 택배일로 아예 말뚝 박은 친구들도 있고.. 나름 열심히 살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


그리고 대기업이라고 꼭 행복한 것도 아닌것 같다. 대기업에 입사한 동기는 얼마전 모임에서 무척 더 늙어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가 보였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들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대기업은 비전과 미래가 밝은 편이지만, 중소기업 재직자 친구들은 낮은 연봉과 불안한 미래에 걱정은 드는데.. 지금 받는 돈이라도 안 벌면 더 캄캄하기 때문에 섣불리 용기를 내지 못하고, 그냥 저냘 하루하루 연명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런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비록 나는 취준에 실패해서 남들보다 늦고 오래 걸리지만, 행복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솔직히 젊은 사람들은 문화생활에 큰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도심에서 살고 싶고 많은 것들을 즐기고 싶어한다. 이를 역 이용해서 시골로 가보면 어떨까? 어촌에는 늘 젊은 사람이 부족해서 문제이고, 연세가 지긋하신 어른들이 옛날 방식을 맹목적으로 이어서 하시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학에서 지식을 배우고, 또 학습속도까 빠르며 금방 배울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촌에 가면 오히려 기회가 많이 생길 수 있다.


또 시골생활을 하면 생활비나 경제적 걱정이 현저히 감소한다. 지방의 집값은 서울 수도권은 절반이하인 경우가 많고, 자급자족도 어느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문화적인 혜택을 누릴 수가 없고, 시골에 산다고 하면 왠지 뒤쳐지고 남들보다 못살고 있다는 잠재적 인식때문에 많은 청년(나 포함)이 도전을 못하는 것같다.



■도전하지 않는 요즘 청년들?

도전하니까 떠오르는 얘기지만... 나도 우리 세대가 도전을 많이 하지 않는 다는 것엔 어느정도 동의한다. 가까운 과거를 보아도, 8090년대엔 대학들은 정의를 위해서 투쟁할 줄 도 알았고, 무언가 뛰어들면 열정적으로 일단 해보는 용기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 세대에는 확실히 이런 도전정신이 많이 부족해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무엇이 우릴 겁쟁이로 만들었는가? 그건 바로 '정보화'시대가 되면서인것 같다. 예전에 많은 청년들이 눈앞의 정의를 논하고 사회를 바꾸려 용기있는 도전을 했던 이유는 자신의 개인적인 미래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어 둘 수 있었기 때문인데, 그 때만해도 구전이나 대중매체로 전하는 소식으로 자신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아직은 미래가 막연했을 것이고 그래서 지금의 투쟁과 도전을 할 수 있었던게 아닐가 싶다.

반면에 요즘에는 워낙 정보가 발달해서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기가 굉장히 빠르고 쉽다. 취업을 예를 들면, 내가 입사하기도 전에, 사내 분위기나 복지는 어떤지. 연봉은 얼마인지.. 몇 세까지 보통 근무하는지.. 이직이나 경력에는 유리한지 등등 수 많은 정보들이 익명으로 나오고 있다. 어찌나 이쪽 정보가 많은지 이 정보를 활용한 비지니스 플랫폼이 등장 할 정도이다. 따라서 우리 세대는 미래를 훤히 내다볼 수 있다.


개인주의 팽배도 물론 한 몫을 한다. 하지만, 이 개인주의 조차 나는 정보화 시대의 산물이라고 본다. 정보화시스템은 강한 개인주의와 약한 공통체주의가 공존한다. 쉽게 말해서 타 그룹에 쉽게 속할 수 있지만, 나오는 것도 쉬우며, 따라서 나만 남에게 피해안주고 멀쩡히 생활하면 문제가 없다. 그리고 이런 인식들이 현실세계에도 반영이 되는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런 개인주의와 정보화 시대로 많은 젊은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능력이 부족해도 시간이 걸려도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만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분수에 맞는 직장을 가도 미래가 암울한게 보이기 때문에 그만두고 나오는 사례가 많고, 이런 타인의 사례를 보면서 더더욱 취준생들의 호감직장수준은 높아지는 것이다.


■해답은 3가지가 아닐까..?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취준현실을 경험하면서 느낀 해결방안을 적어본다.

1. 고급인력 인풋을 줄일 것.

-거두절미 하면, 너무 대학이 많다. 대부분의 대학이 교육이 아닌 사업을 하는게 현실이다. 취업이 안되는 학과는 폐지하고, 부족한 인원은 교환학생으로 채우고, 학과인원미달이면, 추가모집으로 인원채우기 등등.. 내생각엔 원래 사학이란게 수익성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사학을 비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어떤 대학을 나왔든 투자한 비용이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직장을 찾으려고 한다. 애초에 대학이 가기 어려웠다면, 지금같은 구조적실업은 많이 줄었을 것이다. 따라서 부실대학과 일정 등급 이하의 대학은 없애거나 중장년층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2.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

요즘에 시간제 일자리가 떠오르고 있다. 경력단절여성에게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시간제 일자리는 물론 좋은 취지대로 적은 시간 일하고 적은 금액을 받는 것에 동의 하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방법이지만, 사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을 정부도 잘 알 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게 양질의 일자리이니, 있는 일자리라도 쪼개서 취업률을 어떻게든 높여보려는 마음은 이해는 간다.


양질의 일자리는 기존 기업의 문제를 개선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나는 창업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해답이 있다고 본다. 사실 국내 기업인큐베이터시장의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제도적인 문제도 있고, 전문가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창조혁신센터가 만들어 진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이것이 다음정권에도 잘 운영되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되어야한다.

3.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 문화개선이 아닐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우리 세대는 내 앞가림만 잘해도, 그게 부모님께 효도하는 거다.' 그만큼 우리 세대는 경제성장의 한계점에 다다른 대한민국에서 통일이나 새로운 혁신 산업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고액 연봉을 받는자는 정말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월 순수익 150~250에서 시작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걸로 결혼해서 가정을 차리기가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남들에게 꿀리지 않고 싶어하며, 자랑하고 싶은 문화'에 있다고 본다. SNS가 발달하면서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진 것같다. SNS에 내가 지금 어디서 누구와 뭘 먹고 뭘 보고 있다는 것을 올리는데,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지만, 그속에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분명 있다고 본다.

그리고 예전부터 우리나라 특유의 고질적인 자랑문화가 있다. 바로 축의금 문화, 큰 집, 큰 차, 자식 자랑, 남편의 수익, 성대한 결혼식 등이 있다. 이것이 SNS의 파워와 합쳐서 더 심해지고 있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경제적부담을 계속 겪으며 더 불행한 상황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자신의 형편에 맞게 사는 것이 부끄럽지 않는 일이 되는 순간, 대부분의 서민들의 불행은 상당히 사라질 것"이라는 내생각이다. 


원룸에서 신혼생활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런대 대부분 최소 15평이상의 집을 원한다. 그리고 자동차로 그사람을 판단하는 나쁜 문화도 있다. 어떤 프로그램에서 실험을 했는데, 비싼 외제차는 운전 실수를 해도 빵빵이 적었지만, 경차는 빵빵은 물론 육두문자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남자들은 자동차로 사람을 무시하고 판단하는 나쁜 문화를 개선하면, 분수에 맞게 경차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쓸데없는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다.

 또 아내들끼리 모인 모임에서 남편의 수익을 가지고 서로 왈가왈부 얘기를 나누며 비교하는 것도 나쁜 문화이다. 남편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입이 있거나 백수가 아니라면 월급비교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분수에 맞는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축의금과 결혼식 문화가 있다. 특히, 예전부터 축의금은 문제가 많았다. 형편에 따라서 내는게 맞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본 얼마부터 내야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내야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월급의 많은 부분이 축의금으로 날아간다. 상부상조라서 나중에 돌려받을 돈이라고 하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이 돌려줄꺼란 생각은 오산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사람과의 어색한 관계를 만들수도 없는 노릇.. 


따라서 이런 축의금 문화를 축소하거나 없애는 문화적 운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에 연장선상으로 성대한 결혼식도 축소해야한다. 축의금 문화가 사라지기가 어려운 것이 바로 비싼 결혼비용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많은 사람들이 오고 성대해야 멋진 결혼식이라는 여전한 인식도 한몫한다. 비싼 결혼비용은  축의금 문화를 더욱 조장하고, 많은 사람들이 와야하기 때문에, 더많은 사람에게 축의금 부담을 안긴다. 따라서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이런 문화를 개선하는 캠페인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식자랑이 남았는데, 부모님이 자식을 '비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내 자식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식 '자랑'은 남들에게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본인께서는 행복하시겠지만, 그렇지 못한 자식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진다. 그리고 오늘날엔 많은 부모님들이 자랑하는 쪽보다 남이 자랑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즉, 불행한 사람을 더 만드는 일인 것이다. 어른들께 할 소린 아니지만, 자식자랑에 있어서 겸손하신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좀 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언제나 불행은 비교에서 오는 것같다. 취업준비생도 사회초년생도 힘들어하고 불안해 하는 것은 경제적문제와 더불어 남들과 비교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여기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 아닐까? 경제적 성장을 우리가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면, 문화는 어떻게 바꿔 볼 수 있지 않을까?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분수에 맞는 삶에서 행복을 찾고 떳떳하게 살 수 있는, 경차를 타고 다녀도 무시 당하지 않고, 양가 가족끼리만 조촐하게 결혼식 올리는 집이 많이 지고, 원룸에서 신혼을 시작해서 살림을 늘려가는 재미도 느끼고, 축의금 문화가 사라진다면, 많이 과장해서 아르바이트나 임시직만 전전해도 불행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아참. 물론 최저시급은 지금 수준보다 올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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